1주차 MVP가 두 달 뒤 서버를 고치는 데모로 돌아왔다
2026년 8월 6일 벨뷰 시청에서 Builders Lounge 네 번째 모임을 열었습니다. 네 분의 발표 영상을 모두 공개했고, 이 글은 그 기록입니다.
이번 모임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개별 발표의 완성도가 아니라 한 발표가 두 달 사이에 얼마나 달라졌는가 였습니다. 그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6월엔 컨셉이었던 것이 8월엔 돌아가는 시스템이 됐다
손민수 님은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일하십니다. 6월 2차 모임 때 "시스템 장애 대응 AI 에이전트"를 들고 오셨는데, 그때는 개발 1주차 MVP였습니다. GateKeeper·Specialist·Judge 세 단계로 장애를 판단한다는 구조만 있었습니다.
두 달 뒤 4차 모임에서 같은 프로젝트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엔 이름이 붙었고(Conductor AI), 라이브 데모가 있었습니다. 서버 메모리를 스트레스 테스트로 90%까지 올리자 에이전트들이 서로 대화하며 원인을 찾고, Root Cause로 파이썬 프로세스의 PID까지 특정하고, 복구 방법 세 가지를 후보로 제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인상적입니다. 어느 날 새벽 세 시에 관리하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관련자를 전부 깨우고 다 같이 붙어서 대응했는데, 나중에 분석해 보니 원인은 로그인 관련 서버의 아주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이슈였다고 합니다.
"이 정도 문제는 AI가 스스로 분석하고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이건 퇴근 후 취미로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업무 중 겪은 문제를 풀기 위해 직원으로서 자발적으로 개발 중인 MVP이고, 실제 도입 여부는 회사가 판단할 몫입니다. 발표 중에도 이 점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그래서 설계에 흥미로운 제약이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복구를 실행하기 전에 반드시 사람이 승인해야 합니다. 발표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회사에 쓴다고 하면 절대 AI가 자동으로 고치게는 안 할 걸 제가 알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자동 복구가 가능한데도 승인 단계를 넣은 겁니다. 조직에 제안하려면 필요한 설계라는 판단이었고, 저는 이 대목이 이번 모임 전체에서 가장 실무적인 통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전트를 역할로 쪼갠다는 것
Conductor AI는 에이전트 7개가 역할을 나눠 갖습니다.
- Judge Agent — 메트릭 분석 & 의사결정
- Specialist Agent — SSH로 심층 조사 (ReAct 패턴)
- Flow Agent — E2E 헬스체크
- Remedy Agent — 복구 명령 생성 & 실행
- Airman — 음성으로 시스템 제어
- GitHub Agent — 배포·커밋 히스토리 분석
- NewRelic Agent — APM 메트릭 수집
여기서 ReAct 패턴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Specialist Agent는 미리 정해진 순서로 명령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get_top_cpu_processes() → get_java_heap_info() → get_docker_logs("tomcat") 순으로 스스로 다음에 무엇을 볼지 고르면서 결론에 도달합니다.
비용 설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상태를 Normal / Warning / Critical로 먼저 분류하고 Normal일 때는 AI를 아예 호출하지 않습니다. 사고는 자주 일어나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에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발표자가 밝힌 예상 월 비용은 $50~100입니다.
"이게 진짜 에이전틱인가"
발표 중반에 이 질문으로 긴 토론이 붙었습니다. 발표자 본인이 동료에게 "네 앱은 에이전틱이 아니라 그냥 오토너머스 툴"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토론에서 나온 구분 기준은 이렇습니다.
에이전틱이 아닌 것은 룰 베이스다. 어떤 조건이면 이것이 Root Cause라고 미리 정해져 있으면 그건 에이전틱이 아닙니다. 반면 로그를 보고 AI가 판단해서 Root Cause를 내고, 그 Root Cause를 근거로 해결책까지 제시하면 그건 에이전틱한 접근입니다.
더 실용적인 기준도 나왔습니다. 앱이 돌아가는 동안 LLM을 한 번이라도 호출하는가. 코드 에이전트로 만들었더라도 실행 중에 LLM 콜이 한 번도 없으면 그냥 자동화 프로그램입니다.
파이썬으로는 안 되더라 — Go로 바꾼 이유
발표 막바지에 나온 이야기인데, 저는 이게 이 발표에서 가장 실무적인 정보라고 봅니다.
처음엔 파이썬으로 만들었다가 Go로 다시 썼다고 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에이전트 수가 100개 아니 30개만 넘어가도 파이썬의 싱글 스레드 제한이 있거든요. 아무리 비동기를 해도 하나씩 처리하는 파이썬의 아주 고질적인 단점입니다."
Go로 옮긴 뒤에는 인텔 코어 노트북 한 대에서 수십 개 네임스페이스의 파드를 감시하며 수십 개 에이전트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goroutine이 이런 용도에는 따라갈 게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지적도 좋았습니다. 우리는 "에이전트"라고 하면 LLM을 떠올리는데, PC 안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건 전부 CPU 프로세스입니다. AI 시대에 CPU가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머지 세 발표
목사님이 바이브 코딩에 빠져서 만든 앱 — 김성수
재외 한인 정착 커뮤니티 플랫폼 HebronGuide. 목사님이 직접 만드셨고 현재 86개 도시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비개발자가 AI로 실제 사용자를 가진 제품을 만든 사례입니다.
이 앱의 기본 정신은 환대입니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딧세이」가 주요 화두로 삼은 것도 바로 이 환대였는데, 김성수 목사님이 앱을 만든 출발점이 정확히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발표에서 직접 밝히신 계기가 있습니다.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내가 여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나를 안내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 는 벽을 겪으셨고, 그때 어떤 분이 아무 대가 없이 아파트 열쇠를 건네줬다고 합니다.
"그만큼 환대의 힘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파워가 있다는 거예요. 사람은 교리보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그 손길에 더 마음이 열리는 거예요."
개발자가 제품을 만들 때 사람들의 중요한 필요를 채우는 데서 시작한다면,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 목사님의 답이 환대였습니다.
Bila AI Agent 개발 업데이트 — 강민석
스타트업 창업자인 강민석 님이 만드는, 커뮤니티가 남긴 모든 기록을 읽고 답하는 에이전트. 이번 모임에서 모바일 앱 출시 소식까지 나왔습니다.
제가 만든 AI가 "왜 규칙을 어겼냐"고 따집니다 — 이도규
회사에 다니면서 만든 개인용 퀀트 투자 에이전트. 메일과 뉴스레터에서 종목 정보를 모아 매수·매도 신호를 분석하고 매일 스케줄로 돌아갑니다. 데모에서 본인이 정한 "실적 발표 전 매수 금지" 규칙을 어기자 에이전트가 되받아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상
전부 한국어 진행입니다. 영어 자막은 1~3편이 하드섭(화면에 구움)이고, 4편은 자막 트랙이라 재생기의 CC 버튼으로 한국어·영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각 영상에 챕터를 넣어 뒀습니다.
마치며
Builders Lounge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각자 만든 것을 들고 와서 서로의 첫 사용자가 되는 모임입니다.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만든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커뮤니티에 남겨 주세요. 직접 닿습니다.
창발 스페이스 — https://gobispace.com/spaces/changbal
다음 모임에서는 손민수 님이 멀티 에이전트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메인 스피커로 20분 정도 다루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도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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